Artist's Essay

2017. 9. 내 삶의 비상식량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3-02-24 12:59
조회
233
현실에서 도망치듯 시작한 그림은 내가 나로 살기 위한 도구였다.
예술이 허용하는 어느 정도의 방탕과 쾌락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었고 .....

한때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그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매일 보는 가족은 물론이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
차마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그림, 항상 나도 보아주기 불편한 그림. 그게 좋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그것을 비상식량으로 살아왔을지도 ...

그림을 그릴 땐 누구도 내게 묻지 않았던 질문들이 만들어진다.
나, 정체성, 인간, 가족, 관계, 삶, 본질, 가치, 꿈...
정답은 물론 없지만 끝없이 답을 찾아가는 질문의 꼬리들...
난 그 놀이가 좋다.
그렇게 놀이에 빠져 놀다 보니 그림은 이제 내 안에서 종교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의 주도권은 이제 내가 아니다.
하얀 캔버스는 나의 왕국이고 그 앞에서 나는 왕이며, 신(神)이다.
작업에 들어가면 충직한 노동자가 되어 왕국을 건설한다.
가끔씩 그 왕국에선 자멸의 길로 가고 싶을 만큼의 폭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을 마주해야만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믿는다. 나의 신(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