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Essay

2024. 6 하늘 · 땅 · 별 · 사람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4-06-17 10:12
조회
15
“내가 화폭이다”
건방지게 보여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화폭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그림은 삶의 사유이고, 방법이며, 태도였다.
껄끄러운 삶의 모습을 고백하고 그것을 유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예술.
오늘의 예술은 삶과 다르지 않으며,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어야 하며,
그 힘의 주체는 나, 우리 인간이라는 작가적 소신이 있다.

초기 작업의 화두였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실존의 물음을 한없이 파고들어도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어울려 살아 내야 하는 생태적 관점에서도
‘타‘(他)를 말한다고 정의할 수도 없었다.
펜데믹의 시절을 지나며, 인간과 비인간의 수평적 관계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고,
나는 그저 물질적 원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의식의 흐름은 당연하고 합당하게 ‘우주와 인간’으로 모색 되었다.

[하늘 · 땅 · 별 · 사람] · · · ·
때때로 나는 우주가 되기도 했고, 먼지가 되기도 했다.
별의 원자와 사람의 원자가 일치하듯, 인간은 물질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인간의 실존적 의미보다 생물학적, 물질적 차원의 접근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울림과 공명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민했다.
작업에 표현된 인간의 옆모습은 ‘나’와 ‘너’를 바라보며 연결해 주는 확장의 계기이며,
우리의 시선이고 방향을 암시한다.
표현기법으로는 흙이 포함된 여러 재료를 혼합해 캔버스에 1~2mm 정도의 두께를 만든다.
이 두께는 우리가 서 있는 땅이다. 흙은 창조의 시작이고, 소멸의 고향으로 순환의 마당이 된다.
날것으로의 질료인 흙은 자연의 경외이며, 관객과의 사이를 이어주는 점성의 정서다.

똥이건 돌이건 바람이건 어느 한 가지라도 이치 없는 것이 없다.
의미의 상관은 뚜렷하지 않아도 좋다.
무엇이든 끊임없는 관계의 연속에는, 어떻게든 우주의 법칙과 이치가 있다.
사물 자체가 진리에 ‘즉’(崱) 해 있음을 지천명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 깨달았다.

숨기고 싶지만 감춰지지 않는 내면을 드러내어 애써 마주하고,
몰입을 통해 쉼을 얻을 수 있는 영혼의 소리를 작업에 담기 위해,
오늘도 나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물려 애쓰고 있다.
그래서 나는 화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