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Essay

2023.4 지나친 감정이입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3-04-28 08:53
조회
162
혼돈된 삶의 모습을 증언하고 그것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예술.
예술은 삶과 다르지 않으며,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어야 한다.
그 힘의 주체는 사람이다.

나의 작업은 지나친 감정이입으로부터 출발한다.
짧은 인생여정에 오래도록 남아 순환하는 물질들과 협력하는 삶의 태도이다.
생명 있는 동식물과의 대화는 물론이고, 발끝에 채이는 돌멩이, 녹아 사라질 눈사람,
배고픔에 말라비틀어진 물감, 낡고 늙어가는 의자, 속도를 제어하는 방지 턱, 쭈그러진 종이컵까지
나의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그러면 대상은 본래의 쓰임과 존재 이유를 넘어 전혀 다른 의미와 관계를 만들어 준다.
이런 이상하고 비상식적인 일상의 버릇은, 낡고 늙어가는 것의 존중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된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관계의 연속이다. 실존의 근본적 의미보다 방법적 태도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작업의 초점은 휴머니즘을 우선하는 현재의 생태환경에서, 위계질서를 해체하고,
인간과 비인간의 수평적인 새로운 친족관계들을 만들어 나아가는데 있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주요 형태는 한때 심취했던 퀼트와 조각보를 모티브로 한다.
낡은 것들을 조각 내어 하나하나 이어 붙여 바느질하듯 인간과 사물, 동식물, 물질을 해체하고
생명의 숨 구멍을 만들며 관계의 망을 만들어 나간다.
흙이 함유된 두터운 마띠에르는 한국적 정서를 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다.
흙은 창조의 땅이고 소멸의 고향이다. 날것의 질료로 자연의 경외를 표하고 싶다.
이런 작업을 통해 삶의 태도를 성찰하여, 비인간과의 소통 가능성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연약한 것들의 존중으로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루는 세상을 만드는데 협력하고 싶다.